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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 레퍼드. 불굴의 의지란 무엇인가 - 뉴스/칼럼 - 모터핑거   '데프 레퍼드'는 1977년 - 일렉기타 통기타 베이스 강좌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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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조회 12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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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프 레퍼드'는 1977년에 결성된 영국 셰필드 출신 록밴드다. 1980년에 데뷔 음반을 발매한 뒤 비교적 순조롭게 인기를 얻었고, 1983년 새 기타리스트 필 콜린이 합류하고 발표한 3집 음반 <파이로매니아>는 천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록스타의 반열에 들어섰다.


인기를 실감케 하는 대규모 순회공연을 마치고 다음 음반을 위해 휴식을 취하던 1984년의 마지막 날, 끔찍한 소식이 멤버들에게 전해졌다. 드러머 릭 알렌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차가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졌고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대신 왼팔이 끊어져 나갔다. 축구를 두 발로 하듯 드럼은 두 팔로 친다. 한 팔을 잃는다는 건 드러머로서는 사형 선고와도 같았다.


팔을 절단하고 몇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던 릭 알렌은 오른팔만 달린 몸으로 멤버들 앞에 섰다.


"너희들이 기회를 준다면 남은 한 팔로 도전해보고 싶어."


멤버들 모두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밴드로서도, 릭으로서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전례가 없었기에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지나친 욕심일까? 헛된 기대일까? 마침내 밴드의 리더이자 보컬리스트인 조 엘리엇이 릭의 하나 뿐인 손을 잡았다. 그는 분명히 말했다.


"끝까지 함께 간다."


그들은 한 팔로 칠 수 있는 드럼 세트 제작에 착수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희한한 드럼 세트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외팔이 드러머를 포함한 다섯 사나이는 새 음반 녹음을 위해 스튜디오에 들어갔다.


길고 고통스러운 작업이 이어졌다. 원래 모아놨던, 두 팔로 드럼을 칠 수 있을 때 만들어놨던 노래들은 전부 버렸다. 모든 것을 완전히 새로 생각하고 만들어야 했다. 아무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마침내, 전작을 발매한 지 4년 만인 1987년, 록 역사상 가장 극적인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음반이 모습을 드러냈다. 멤버들의 심리 상태를 담아낸 것일까? 음반 타이틀은 '광란'이라는 뜻의 <히스테리아>.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야말로 새로운 역사를 썼다. 1500만장이 넘게 팔린 판매고도 그렇고, 무려 7곡의 싱글이 빌보드 싱글차트에 올랐는데 록 음반으로는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음반 차트 정상도 6주간 지켰다. 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아하는 헤비메탈 음반 한 장을 꼽으라면 이 음반이다.


입시지옥을 제대로 맛봤던 중고등학교 시절, 아이러니하게도 공부와 아무 상관없는 헤비메탈 음악이 나의 버팀목이자 자극제였다. 특히 데프 레퍼드. 힘들고 지칠 때마다 그들의 '작살' 헤비메탈을 들으며 극적인 성공 이야기를 상기했다. 외팔이 드러머가 최고의 헤비메탈 음반을 만들어 낸 투혼에 비하면 내가 하는 공부는 아무 것도 아니야. 그런 식으로 자기 최면을 걸었다.


나폴레옹, 퀴리부인, 이순신, 세종대왕, 베토벤…. 수많은 위인전기를 읽었지만 결국 나에게 가장 큰 힘이 된 사람은 저항과 불량함의 상징, 로커였다. 중학교 교과서마다 나는 적어놓곤 했다. '록은 죽지 않는다'. 더 이상 교과서는 보지 않지만, 내 가슴에는 아직도 선명히 새겨져있다.


데프 레퍼드는 그 뒤로 해피엔딩이었냐고? 드러머 릭 알렌의 사고를 딛고 일어난 뒤, 그들은 명실공히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밴드가 되었다. 초대형 순회공연은 연이어 매진이었고 그들의 이야기는 책과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멤버들 중 한계치를 넘은 중압감에 짓눌린 이가 있었다. 고 스티브 클락. 밴드의 태동을 함께 했던 원년 멤버 기타리스트였던 그는 3집 음반부터 가입한 기타리스트 필 콜린에게 실력으로 밀리는 처지였다. 실제로 화려한 기타 솔로는 대부분 필 콜린의 차지였고 많은 음악평론가들이 데프 레퍼드의 성공을 필 콜린의 공으로 돌리기도 했다. 밀리지 않고 자기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중압감은 결국 스티브를 알코올의 늪으로 밀었다. 그룹이 성공가도를 달릴수록 알코올 의존증은 심각해졌고, 마침내 데프 레퍼드가 최고의 높이로 치솟았을 때 스티브 클락은 세상을 떠났다. 알코올로 인한 호흡 정지. 겨우 31살의 나이였다.

 

그 뒤의 스토리가 궁금하다고? 아까 말하지 않았는가. 록은 죽지 않는다고. 남은 멤버들은 또 다시 슬픔을 딛고 새 멤버를 영입했다. 그리고 아직도! 데뷔 40년차 록밴드는 새 음반을 내고 공연을 다니고 있다. 외팔이 드러머와 함께. 30년째 들어온 형님들의 음악과 함께 먼 한국땅의 마흔세살 아재도 열심히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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