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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조회 1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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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의 아재음악 열전

 

어린 시절, 나이트클럽을 참 좋아했다. 대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다니기 시작해 이틀이 멀다 하고 출근 도장을 찍었다. 결국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자와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고 살고 있으니, 나이트클럽은 추억의 장소가 아니라 인생의 한 조각이 되어버렸다. 오딧세이, 딥하우스, 줄리아나, 바스키아, 보스 677 등등 1990년대 강남 유흥가를 비추던 간판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요즘 아이들은 '나이트'라는 말이 빠진 그냥 '클럽'을 다닌다. 나도 서른 중반이 넘어가면서 뒤늦게 클럽에 맛을 들여 꽤나 들락거리다가 슬프게도 요즘은 체력이 달려 횟수가 팍 줄었다. 참 이상하지. 우리 때는 '나이트클럽'을 줄여 '나이트'라고 말했지 '클럽'이라고 하진 않았다. 아재, 언니들의 '나이트'와 요즘 아이들의 '클럽'이 뭐가 다르냐고? 술과 음악과 춤, 이성이 한 공간에 뒤섞인다는 점은 같지만, 그 요소들이 섞이는 방식이 판이하다.


공간적으로 봤을 때, 나이트에서는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곳(테이블, 부스, 룸)과 춤을 추는 곳(스테이지)이 엄격하게 나눠져 있었다. 심지어 룸은 미로 같은 복도를 따라 한참 걸어가야 했고, 스테이지의 음악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클럽은 그 경계가 모호하다. 테이블이 있긴 하지만 잠깐 앉아 쉬는 자리의 개념이지 그곳에서 몇 시간 동안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순 없다.


이성을 만나는 방식도 다르다. 나이트의 핵심은 웨이터다. 남녀 손님들을 짝 지어주는, 이른바 '부킹'을 책임지는 웨이터들이 드넓은 나이트를 종횡무진 누비고 다녔다. 여자 손님들의 손목을 잡고 남자 손님들의 테이블에 앉혀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없을 정도로 성차별적인 문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요즘 클럽은 웨이터가 없다. 당연히 부킹도 없다.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으면 직접 가서 말을 걸어야 한다. 앞에서 말한 공간적 차이와 더불어, 더 개방적이고 주체적이며 평등한 방향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다.


'나이트와 클럽을 가르는 또 하나의 경계는 음악이다. 요즘의 클럽문화가 태동했던 시기는 1990년대 말. 그 전까지 나이트클럽에서는 이른바 '댄스뮤직'이 대세였다. 그 당시 인기 있는 팝, 가요는 물론이고 외국의 클럽에서 유행하는 클럽 음악 중에서도 대중성이 있는 노래를 많이 가져왔다. 장르 구분 없이 춤을 출 수 있는 노래라면 다 틀었던 셈. 클럽은 달랐다. 힙합클럽에서는 밤새도록 힙합만 나오고, 트랜스 클럽에서는 트랜스 음악만 주구장창 나왔다.


나이트만 줄곧 다니다가 처음으로 홍대 클럽에 갔던 때가 생각난다. 하우스뮤직, 그중에서도 테크노 계열을 주로 트는 클럽이었는데 그곳에서 프로디지(Prodigy)를 만났다. 그 클럽의 디제이는 당시 발매된 지 얼마 안 되는 프로디지의 역사적인 명반 <팻 오브 더 랜드>의 수록곡들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틀곤 했다. 특히 앨범의 첫 곡 '스맥 마이 비치 업'.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웨이터도 없고, 밀려드는 부킹녀도 없지만 끝내주는 음악이 있었다. 여긴 어디지? 이 노래는 뭐지?


그렇다고 나이트를 끊고 클럽만 다닌 건 아니었다. 아무리 음악이 좋아도 부킹 문화의 중독을 이길 순 없었던 것일까. 나는 술 마시고 놀고 싶을 때는 나이트, 음악 듣고 춤을 추고 싶을 때는 클럽으로 향했다. 다만, 록과 힙합으로 가득 채워졌던 플레이리스트에 하우스음악이 속속 채워지는 큰 변화가 있었다.


새로운 음악에 내 눈을 뜨게 해준 일렉트로닉 밴드 프로디지는 1992년에 데뷔해 아직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른바 살아있는 전설이다. 초기에는 하우스음악의 하위 장르인 '빅비트' 선풍을 일으키며 주목받았고, 우리나라에서는 '테크노음악'의 동의어처럼 쓰인 적도 있으나 사실 그들의 음악은 장르로서 규정하기 어렵다. 들어보면 안다. 굳이 설명을 붙이라면, 이런 수사를 헌정해본다. 내 안의 악마와 접신하게 해주는 일렉트로닉 무당의 춤사위 한판.

 

마지막으로 용어에 대해 한마디 해야겠다. 우리말로 치면 전자음악쯤 될 '일렉트로닉 뮤직'(Electronica)에는 무척이나 많은 장르가 존재한다. 이디엠, 하우스, 빅룸, 트랜스, 테크노, 빅비트, 라운지, 레이브, 정글 등등 얼핏 들어본 것 같은 난해한 용어들이 음악 좀 들어보겠다는 아재, 언니들의 앞을 턱 막아선다. 전혀 신경 쓸 것 없다. 라디오 피디나 음악평론가로 전향할 목표가 없다면, 그냥 이것저것 들으며 내 안의 흥을 찾아내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재 특유의 현학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싶다면, 음악평론가 이대화가 쓴 <백 투 더 하우스>(Back to the House, 부제: 하우스와 테크노가 주류를 뒤흔들기까지 1977-2009)라는 책을 강추한다. 그 전에 프로디지의 노래부터 먼저 들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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