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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검정치마, 로파이로 빚어낸 하이파이
1개월 전 조회 11 댓글 0

 

검정치마는 음악 장르 뿐만 아니라 메시지 적인 면에서도 어디로 튈지 잘 가늠이 안 되는 뮤지션이다. 음악은 이렇다라고 정의하기 힘들다. 그의 음악은 파워팝, 펑크, 개러지 록 그 어디쯤을 표류한다. 그런데 어딘지 헐렁하게 들리는 사운드와는 반대로 노랫말에서 번뜩이는 삶에 대한 비극적인 성찰, 욕지거리까지 치닫는 감정의 극단적인 분출은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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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매한 싱글 'EVERTHING'은 더 이상 달콤할 수 없는 드림팝 사운드, 노스탤지어를 건드는 순애보 노랫말로 뭔가 자극적인 걸 기대했던 마음들을 배반하며 반격의 서사를 이어간다. 검정치마는 예상할 수 없어서 매력적이다.

 


#1 로맨틱 사운드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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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한 곡 한 곡 세심하게 들어온 이라면 검정치마가 사랑에 빠진 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할 법하다. 지난해 4월 발매된 싱글 'Hollywood'는 검정치마 음악에 낭만성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보여줬다. 정서적으로 2011년 7월 선보인 정규 2집 [Don't You Worry Baby]의 수록곡 'International Love Song'이 연상되기도 하는 이 노래는 하지만 더 우직하게 사랑의 감정을 파고든다.

 

온통 영어로 써내려 간 'International Love Song'이 해석에 약간의 시간을 필요로 하며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 했던 것과 달리 'Hollywood'는 한층 선명해진 메시지로 곧바로 사람의 마음에 와 닿는다. 'EVERYTHING'에 앞서 선보인 드림팝 사운드는 메시지와 합일되며 낭만성을 배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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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행된 타블로가 대표로 있는 하이그라운드로의 합류가 사운드에 변화를 일으킨 것은 아니다. 'International Love Song' 때부터 연원을 따져 올라가자면 이미 검정치마의 마음 속에는 낭만적인 음악의 씨앗이 심어져 있었다. 다만 낭만을 키워가는 방식이 기존의 어쿠스틱에서 전자음악 쪽으로 선회했다는 것 정도가 달라졌을 뿐이다. 어쨌든 검정치마가 그려내는 음악적 풍경은 결코 살풍경하지 않다.

 

 


#2 국적을 초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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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치마의 음악에서는 다양한 국적이 느껴진다. 조휴일의 출신 성분 자체가 자유로운 코스모폴리탄이기 때문에 그러할 터. 검정치마는 3인조 펑크 록밴드로 2004년 미국 뉴욕에서 처음 시작했다. 당시엔 조휴일 외에 2명이 더 있었지만, 잦은 멤버 변동을 거쳐 현재, 원맨밴드 형태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13살 어린 나이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조휴일은 미국에서 자랐지만 어릴 적부터 한국의 홍대 음악 씬에 아주 관심이 많았다. 미국 버클리 음대를 다니다 중퇴했고, Castel Prayon이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했다. 애리조나, 인디애나, 뉴욕, 뉴저지 등 미국 여러 지역을 전전하며 외국인 친구들과 밴드 활동을 했다. 다양한 정서와 장르의 수용은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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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조휴일의 외국물 먹은 사운드는 선민의식의 발로도 아니며 자신의 고향인 한국을 의식적으로 배척한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건강하다. 홍대 신에 대한 애정만 봐도 그렇다. 재미있는 대목은 홍대 신에 대한 애정이 억울함과 약간의 오기가 더해져 더욱 끈끈해졌다는 것이다. 2007년 나름대로 큰 꿈을 가지고 한국에 들어와 쌈지사운드페스티벌의 "숨은 고수"에 지원했으나 아쉽게도 마지막 관문에서 탈락했다.

 

조휴일은 당시를 회상하며 한국에서 실패한 후에는 무척 억울했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래서 앨범이라도 남기자는 심정으로 미국 현지 친구들의 도움으로 음반을 만들어서 국내에 들어왔는데 다행히도 좋은 반응을 얻게 됐다. 이때 인디 레이블 루비살롱이 조휴일을 눈여겨봤고, 그가 미국으로 돌아가 만들어온 앨범 [201]을 이듬해인 2008년 국내 발매하게 되고 큰 인기를 얻게 되면서 한국 인디 홍대 신에서 정식으로 활동했다.

 

 


#3 로파이가 만들어낸 하이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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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휴일은 '좋아해줘'를 일부러 개구쟁이처럼 부른다. 일부 국내 인디 밴드들의 한계로 지적되는 루저 정서를 벗어난 점이 무엇보다 새로웠다. 펑크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에너지를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사운드는 의외로 성기지 않다. 조휴일의 음악은 익숙하면서도 새롭고 탄탄하다. 검정치마가 이질적인 요소를 잘 섞어내기 때문이다. '좋아해줘'는 일부 펑크 밴드들이 부족한 연주실력이나 멜로디 제조 능력을 스피리트로 채우려 할 때 느껴지는 거북함이 없다. 오락기의 뿅뿅 사운드로 경쾌하게 시작해서 중간중간 찰진 기타연주가 들어가고, 드럼비트로 악센트를 줘서 사운드가 선명하다.

 

조휴일은 펑크적인 자유로움을 간직하고 있지만 자기 의도대로 음을 연출할 줄 아는 전략가다. 1집은 전체적으로 로파이라는 틀 안에 있다. 조휴일의 로파이는 로파이하면 떠올려지는 음의 질감 그 자체를 의미한다기 보다는 일부러 사운드를 조악하게 들리게 하려는 접근방식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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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 [201]도 그렇고 2집 [Don't You Worry Baby]도 지하실에서 녹음되었다. 조휴일은 무조건 깔끔하고 대중 친화적인 퀄리티를 쫓아가기보다는 깨끗하지 않아도 따뜻한 음역대의 소리를 찾으려고 했다. 한 마디로 빈티지 지향이다. 'International Love Song' 같은 경우는 마이크도 50년대 방송 마이크를 썼고, 피아노는 200년 된 수제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사용했다. 일부러 200년 된 교회에서 해먼드오르간 소리를 녹음하기도 했는데, 앰프가 돌아가는 파동에 스테인드글라스가 흔들릴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녹음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4 Again 2010/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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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은 검정치마의 전성기다. 루비살롱과 결별하고 정규 1집 [201]에 2곡을 추가한 스페셜 에디션을 재발매했고 이 앨범으로 한국대중음악상 5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우수 모던록 음반상을 받았다. 이듬해인 2011년 한층 더 완성도를 높인 정규 2집 [Don't You Worry Baby]로 검정치마라는 이름을 대중에 각인시켰다.

 

2집은 항해란 대주제 위에 세워진 앨범이었다. 표지에는 파도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큰 파도가 조그만 배를 어느 순간 집어삼킬 듯 위태롭다. 앨범의 첫 곡 '이별노래'를 들어보면 조휴일은 홀로 배를 타는 선장이다. 한 인터뷰에서 조휴일은 2집 앨범의 배경인 바다는 한국의 음악 신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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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음악 비즈니스에 대한 실망, 절망, 짜증, 그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갈망이 투영된 것이다. 그래서 그토록 주문을 외웠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누군가의 버림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럴리 없겠지만 그래도 나는 아무 상관 없다는 그 말은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게 들린다. 하지만 스타덤에 대한 헛된 기대를 저버릴 때 자의식은 더욱 단단해질지도 모른다. '젊은 우리 사랑'의 노랫말처럼 조휴일이 정말 사랑했던 사람은 그 자신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조휴일의 3집을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다.

 

 

박효재 (경향신문 기자)

mel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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