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 블랙모어는 1945년생으로 내일모레면 환갑을 바라보는 노인네다.
20,30대 젊은 혈기를 화려한 락기타리스트로써 불태우고 이제 중년의 나이를 지나 노인이 되어갈쯤 젊은날 자신이 그려오던 중세시대의 음유시인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제는 옛날의 그 화려했던 모습은 볼 수 없지만 그의 얼굴에 자리잡힌 주름살과 지그시 눈을 감고 기타를 퉁기는 그의 모습에서 그동안의 파란만장한 삶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나이 5,60이 되어서도 락음악을 하겠다고 버티는 사람은 그리 많지않다.
가끔 옛날의 인기를 등에 업고 옛날 멤버들이 다시모여 잠깐잠깐 활동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일시적일뿐 오래가진 않는다.
오히려 이들을 보면 옛날의 감흥보다는 세월탓에 체력이 딸려 헉헉거리며 힘겹게 노래하고 연주하는 모습이 안스럽기까지한 경우가 많다.
그런면에서 리치 블랙모어의 변신은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세월의 변화에 억지로 버티려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던 음악으로의 변신...

그는 이제 더이상 화려한 대형무대에 서지 않는다.
중세음악의 뿌리인 유럽을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 모아놓고 조촐한 소규모 무대에서 함께 노래하고 연주하고 춤춘다.
돈과 명예를 떠나 자신의 말년을 음악과 함께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이 초라하기는커녕 한없이 멋지고 행복해보인다.

멋진 말년이란 그런것이 아닐까?